No. 902

jjjjjjang
2024.03.24

water ghost

 

 

야 재미없다. 수컷이라 파란색 암컷이라 분홍색인 거 너무 진부해서 노잼이라고. 네? 그 반대라고요? 갑자기 흥미 있을 유. 내 의식의 흐름 딱 요 따위로 대쓰여너 찾아보기 시작함. 근데 오히려 자료 찾을수록 이게 아닌데 싶은 거죠. 대체 암컷 대쓰여너를 왜 따로 디자인 한 건지. 어차피 공식 일러스트나 영상에는 수컷 대쓰여너만 쓰는데ㅡㅡ 물론 대부분의 포켓몬들은 수컷으로 그려지는 걸 알고 있지만 그건 수컷이나 암컷이나 비슷하게 생겼을 때 이야기고 이렇게 아예 다르게 생겼으면 수컷 암컷을 세트로 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내가 암컷 대쓰여너였으면 죽은 동료의 혼을 두르고 있는 게 아니라 날 만들어놓고 사용하지 않는 공식에 대한 한을 두르고 있을 듯.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냐면 말 그대로 대쓰여너들은 배쓰나이의 억울한 영혼을 몸에 두르고 있다는 뜻입니다. 대쓰여너의 모티브는 대쓰여너의 일칭(イダイトウ)에서도 알 수 있듯이 훗카이도에 사는 연어 이토(イトウ)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토 역시 여느 연어가 그렇듯 때가 되면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대쓰여너 또한 마찬가지. 소상(遡上)은 진화 전인 배쓰나이일 때 하는데, 이 과정에서 태어난 강까지 미처 가지 못 하고 목숨을 잃는 배쓰나이가 생기게 되고 대쓰여너는 이때 죽은 동료들의 혼을 몸에 두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배쓰나이는 물 단독 타입인데 대쓰여너로 진화하게 되면 물, 고스트 타입이 됨. 진화 방법도 특이한 게 배쓰나이가 반동 대미지(기술이 상대 포켓몬에게 명중했을 때 기술을 사용한 포켓몬이 받는 대미지. 배쓰나이의 경우 돌진, 웨이브태클 등의 기술을 사용했을 때 반동 대미지를 입게 됨)를 294 이상 입은 상태일 때 레벨업을 하면 대쓰여너로 진화하는데 여기 294가 어디서 나온 숫자인 줄 아세요? 증오를 뜻하는 일본어 憎しみ(にくしみ)에서 に(2)く(9)し(4)를 따온 거임ㅋㅋㅋ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와ㅋㅋㅋㅋ 아니 누구를 그렇게 증오하는 건데? 물길을 거스르다 죽은 건 누굴 탓할 수 없는 건데... 왜 증오심에 활활 불타오르는 건지 이 부분 살짝 갸우뚱하게 만드네요.

 

아니 잠깐. 죽은 동료의 영혼을 두르고 있다는 게 목도리 감듯 칭칭 두르고 있는 게 아니라 빙의됐다는 뜻이었어?! 난 도감 설명만 보고 그냥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배쓰나이 영혼이랑 같이 헤엄이나 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Pokémon LEGENDS 아르세우스 공식 홈페이지의 대쓰여너 소개글을 보면 확실히 빙의되었다(取り憑いた魂)고 적혀 있음. 빙의된 영혼이랑 같이 싸운대. 영혼이 의지(意思)가 있는 것처럼 상대를 공격한대. 겁나 무섭다. 그럼 대쓰여너랑 싸우는 애는 사실 대쓰여너 하나만 상대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소리잖아. 보이지 않는 적들과 맞서싸우는 거임. 일 대 다의 싸움... 이러니까 '히스이에 흐르는 하천에서는 대적할 자가 없다' 이런 말을 하지... 거기다 대쓰여너는 지칠 줄 모르는 폭발적 신체 능력을 가졌다고도 소개되는데 이것도 다 영혼 때문이다. 일단 설명만 보면 빙의된 영혼에서 추진력이 공급되고 있어서 지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거 그냥 내 몸이 내 몸이 아니라서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싸우는 거잖아... 이 정도면 본체가 배쓰나이 영혼인 것 같은데...

무슨 이유에서든 지치지 않는 신체 능력을 가진 대쓰여너를 우리는 포켓라이드로 타고 다닐 수 있습니다. 대쓰여너를 타고 강이나 바다를 건너거나 물 속에 사는 포켓몬들과 배틀하고 잡을 수 있죠. 이 모습은 옆의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대쓰여너 점프력이 대단하다던데 진짜 잘 뜀. 펄쩍 펄쩍 힘 좋아... 당연함. 지금도 영혼들과 함께니까.

 

대쓰여너의 이로치가이. 각각 수컷, 암컷입니다. 색이 아주 과감하쥬ㅎ 별로 예쁘지도 않은 색을 뭐 이리 대담하게 쓴 건지~^^ 기본 수컷 대쓰여너의 빨간 몸은 죽은 동료들의 분노 때문이고 암컷 대쓰여너의 하얀 몸은 동료들의 영혼에 맺힌 슬픔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럼 이로치가이 대쓰여너는 뭐... 어떻게 되는 거임. 화낼 줄도 모르고 슬퍼할 줄도 모르는 거가. 표정으로만 분노와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음. 헉. 대쓰여너 수컷&암컷 눈매가 다른 게 몸 색이랑 연관이 있었구나. 방금 알았다; 지금까지 왜 암컷 대쓰여너만 이렇게 억울하게 그려놓은 건지 혼자 궁금해하고 있었음.

 

 

카드 이미지만 보면 대쓰여너는 수컷밖에 없는 줄 알겠네; 일본 포켓몬 카드 사이트는 물론 미국 포켓몬 사이트도 기웃거리면서 혹시 암컷 대쓰여너가 아주 작게라도 비친 카드는 없나 열심히 찾아봤지만^^ 없어요. 카드도 이게 다임. 카드 수 너무 적은 것도, 그 적은 카드들이 다 수컷 대쓰여너인 것도 너무너무 서운하지만 카드 속의 대쓰여너 모습이 아주 역동적으로 그려진 거는 좋으네요. 갈대 같은 오타쿠 마음... 그렇지만 암컷 대쓰여너 카드도 하나 내줘... 둘이 같이 있는 거라도 제발...

 

아직 몇 없는 대쓰여너 굿즈 다 가져왔다. 언젠가 암컷 대쓰여너의 단독 굿즈도 볼 수 있을 거라 믿으며 포켓몬센터의 오리지널 봉제인형부터 소개합니둥. 대쓰여너 큰물고기포켓몬라더니 이 봉제인형 진짜 큼ㅋㅋㅋ 머리부터 꼬리까지 약 40cm... 옆으로도 두툼해서 진짜 큰물고기 같음ㅠㅠ 대쓰여너 안 그래도 험상궂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덩치도 이만큼 크니까 나까지 주눅드는 기분... 아니 근데 나 봉제인형 뜯어보다가 이제서야 알게된 게 있음. 암컷, 수컷 몸 색이랑 인상만 다른 게 아니라 수염도 달랐어. 위에 수염은 암컷 대쓰여너에 비해 수컷 대쓰여너가 훨씬 길고, 아래 수염은 아예 수컷 대쓰여너만 있디. 대신 암컷 대쓰여너는 입술이 선명하네요. 마치 하얀 립스틱이라도 바른 것처럼. 이 디테일을 굿즈 쓸 때가 돼서야 발견하다니. 이게 다 암컷 대쓰여너 씹고 듣고 맛보고 즐길 만큼 일러스트도 뭣도 안 준 공식 때문이다!

피규어 '포켓몬이 가득 컬렉션 시리즈'에 등장한 히스이지방의 포켓몬들. 물 위로 점프하는 대쓰여너가 피규어가 되었어요. 이거 이 사진으로는 그냥 밋밋하게 일자로만 서 있는 것 같은데 다른 각도에서 찍은 사진 보면 대쓰여너가 살짝 휘어져 있어서 진짜 물고기가 점프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고기 맞는데 물고기라고 하니까 뭔가 이상하네; 아무튼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생동감 넘치는 피규어임. 특히! 물보라 받침대 덕분에 더. 이 받침대는 탈부착이 가능하고, 받침대를 떼면 연분홍색으로 그라데이션 되어 있는 꼬리 끝을 볼 수 있다. 이게 예쁨. 내가 대쓰여너 꼬리에 콩깍지가 씌어서 더 예뻐 보이는 걸 수도 있지만 진짜 꼬리 색을 잘 살려줬어요. 댕짱!

축! 암컷 대쓰여너 굿즈 첫 등장 전국 도감 키링 없었으면 진짜 슬퍼하는 대쓰여너는 영영 못 보고 화내는 대쓰여너만 줄기차게 볼 뻔했어.

그래서! 난 드디어 암컷 대쓰여너 꼬리의 그라데이션도 볼 수 있나 했더니 아무래도 메탈 참에서 그건 무리였나 봐... 아무튼 꼬리 끝이 흰색이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칠한 것 같은 이 이분법적 채색... 정.말.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암컷 대쓰여너 굿즈를 본 것만으로도 이렇게 반가운데...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지 뭐.

 

대쓰여너 애니에 제대로 등장한 적이 없어서 Pokémon LEGENDS 아르세우스 발매 당시 공트에 올라왔던 대쓰여너 소개 영상으로 가지고 왔다. 왜냐하면 대쓰여너 헤엄칠 때 꼬리 끝이 부서지듯 움직이는 게 진짜 예쁘거든요. 암컷 대쓰여너 움직이는 모습도 꼭 보여주고 싶은데 나한테 지금 히스이지방 포켓몬들 스프라이트가 없어서리... 언젠가 구하게 된다면 암컷 대쓰여너 스프라이트부터 추가해주지.

이 영상 12초부터 대쓰여너 꼬리 부분만 천천히 보여주는데 꼬리 끝이 무슨 비늘 떨어지듯이 챠르르르 흩어지는 게 진짜 예쁨. 염라대왕 수염과 어울리지 않는 샤랄라함...

 

 

대쓰여너를 타고 강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뱃놀이(川下り) 투어. 근데 이제 물보라 때문에 경치 하나도 안 보여서 그냥 스피드만 즐겨야 함. 사실 대쓰여너도 경치는 뒷전이고 자기 스피드나 뽐내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한데요. 나몰빼미 저 허망한 뒤통수 좀 보셈ㅋㅋㅋ 강 주변 경치 구경하려다 그냥 물보라나 실컷 맞은 올빼미 됨. 아니 근데 나몰빼미 넌... 더 높은 곳에서 더 끝내주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잖아. 대쓰여너 왜 탔지 라고 적는 순간 알았다. 날개짓 하기 싫었군. 그렇지. 걸을 수 있지만 남이 태워주는 가마 타는 게 편하지. 그게 투어지. 이해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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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월요일이야... 채악.